일본 그로테스크 만화의 거장, 이토 준지
오늘은 토미에를 탄생시킨 일본 공포만화의 거장 이토준지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이토 준지(伊藤潤二)는 일본의 만화가로, 주로 공포 만화로 유명합니다. 그의 작품은 독특한 분위기와 섬뜩한 이야기 전개로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토 준지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소용돌이(Uzumaki)", "토미에(Tomie)", "지옥별 레미나(Hellstar Remina)" 등이 있습니다.
이토준지.
그의 만화는 아마도 제가 제일 처음 접한 19금 만화가 아닐까 싶어요. 사실, 제가 학생 때는 이토준지를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제가 좋아했던 작가가 유명해졌더라고요. 반가웠어요.ㅎㅎ
그의 그림스타일
이토 준지의 그림 스타일은 매우 세밀하고 디테일이 풍부합니다. 그림만 보고도 장면 하나하나가 바로 눈 앞에서 일어나듯 생생하고 자세히 그리는데요. 그래서 더 무섭죠. ㄷㄷ
아마 만화가 이전 그의 직업이 치과기공사였듯이, 그래서 엄청나게 꼼꼼하게 그리나 봐요.
그의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그 충격이 매우 커서 꿈에서 악몽이 꿀 정도였는데요. 그러면서도 더럽다거나, 구역질이 날만큼 역겹다가 아니라, 주인공이 호기심이 들게 할 정도의 미소년 미소녀로 표현이 돼요.(얼빠인 나....)
특히 저의 확고한 취향은 예나 지금이나, 만화는 그림체가 예뻐야 한다는 일념이 있어서 더욱 이토준지의 만화에 빠져들었는지도 모르지요.
이토 준지의 만화가 섬뜩한 이유는 바로 일상적인 상황에서 점차적으로 기괴하고 공포스러운 요소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요. 특히, 그의 그림은 종종 매우 정교하고 구체적이며, 독특한 공포감을 조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그의 캐릭터들은 눈에 띄게 큰 눈과 섬세한 얼굴 표정을 가지며, 배경과 세부 묘사에 있어서도 매우 사실적이어서 독자로 하여금 최고의 몰입도를 선사합니다.
이토 준지의 작품은 공포를 다루면서도 인간 심리의 어두운 면을 탐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가 창조한 세계는 비현실적이지만, 동시에 현실과 연결된 느낌을 주어 독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이러한 독특한 스타일과 이야기 전개 방식 덕분에 그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고 해요. 그중에 저도 포함됩니다.
이토준지의 작품들
사실, 이토준지의 작품들은 자녀들과 오손도손 함께 보거나, 이런 만화가 있으니 한번 읽어보렴~하고 권할 만한 책은 아니에요. 아까 제가 이토준지의 만화를 보고 악몽을 꾸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만큼 그로테스크한 만화이기도 하잖아요.
이런 류의 만화는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보기에는 교육적으로 안 좋죠.ㅠㅠ. 다만, 취미가 맞는 친구들끼리는 의견을 공유하며 아주 재미있게 그의 작품을 이야기할 수 있는,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의 만화입니다.
소용돌이
앞에서 제가 이토준지의 만화를 보고 악몽을 꾸었다고 했지요.
그 작품이 바로 "소용돌이"입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에게 '환 공포증'을 발생시킨 작품이 아닐까 해요.
소용돌이를 모티브로 한 기괴한 현상들이 벌어지는 쿠로우즈 마을을 무대로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키리에'라는 이름의 여고생입니다.. '슈이치'라는 그녀의 남자 친구도 만화에서 비중이 높고, 그녀와 끝까지 함께 하죠. 달팽이로 변해가는 인간들이랑 먹을 게 없어지자 그들을 잡아먹는 인간들, 몸이 용수철 모양으로 뒤틀리거나 몸에 나타난 블랙홀에 먹혀 사라지는 인물들 등,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의 아비규환 헬게이트가 펼쳐집니다. 게다가 헬기나 배는 소용돌이가 생겨나면서 추락하거나 삼켜져 버리고, 걸어가더라도 마을 밖에서 안으로는 들어오지만 안에서 나가려고 하면 빙글빙글 돌며 헤매게 되어 서서히 사람들은 미쳐갑니다.
그렇게 주인공들을 포함한 마을 주민들은 결국 빠져나가지 못하고 차라리 죽느니만도 못한 상태가 되어버리는, 그야말로 코즈믹 호러의 정점을 찍는 작품입니다.
*코즈믹 호러 - '인간이 느끼는 가장 강력하고 오래된 감정은 공포이다. 또한 인간이 느끼는 가장 강력하고 오래된 공포는,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이다. _H.P. 러브크래프트가 저술한 에세이, 《문학에 나타난 초자연적 공포》에서_'
H.P 러브크래프트가 창조해 낸 호러를 지칭하는 단어입니다.
특히 "소용돌이"는 이토 준지 특유의 섬세한 그림체와 기괴한 상상력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이야기 속에서 소용돌이 모양은 단순한 형태가 아니라, 사람들의 정신과 육체에 영향을 미치는 무서운 존재로 무척 자세히 그려집니다. 이로 인해 독자들은 일상적인 사물에서도 공포를 느끼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환공포증이 생길 정도로 말이죠.
토미에
또 다른 인상 깊은 작품으로는 "토미에(Tomie)"가 있습니다. "토미에"는 죽어도 다시 살아나는 불사의 소녀 토미에와 그녀를 둘러싼 사람들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다룹니다. 토미에의 아름다움과 그녀가 일으키는 끔찍한 사건들은 독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는 만화죠.
토미에 만화표지가 좀 무섭게 그려졌는데 사실 토미에는 무척 미인으로 그려집니다. 같은 화풍에서도 매 단편마다 모습이 달라지는 토미에의 특성상, 머리스타일이나 분위기는 자주 바뀌지만, 왼쪽 눈 밑에 눈물점이 있는 고양이상의 미인이라는 점은 항상 동일하기 때문에 다른 작품에서 다른 그림체로 나와도 토미에인걸 알 수 있어요. 풀네임은 '카와카미 토미에(川上 富江)'지만 작중에서는 2번밖에 언급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실제로 저도 지금 처음 알았어요.
지옥별 레미나
이외에도 "지옥별 레미나(Hellstar Remina)"와 같은 작품들도 독특한 설정과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토 준지의 작품은 각기 다른 공포와 매력을 가지고 있어, 어떤 작품을 선택하더라도 깊은 인상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웜홀에서 출현한 미지의 행성 레미나가 지구 주변의 행성을 차례차례 먹어가면서 지구로 돌진해 오고, 그 때문에 사람들이 충격과 공포에 휩싸이는 코즈믹 호러 그 자체입니다.. 재난 만화로 봐도 될 정도로 막장이 되어가는 지구와 그 속에서 혜성처럼 나타나 여주인공을 구출해 내는 훈훈한 결말이 인상적이지만, 역시 이토준지의 세계관답게 살아남는 사람들도 모조리 우주미아가 되고 1년 내에 정착 가능한 새 별을 만나지 못하면 몰살을 면하지 못하는지라 해피 엔딩보다는 중과부적 엔딩으로 이야기는 마치게 되죠.
공통적으로 이토준지의 만화는 보고 나면, 대단하다.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할 수 있지?라고 생각이 듦과 동시에, 아니, 이 사람은 머릿속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길래 이런 피폐한 세계관을 갖게 된거야? 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토준지의 작품은 읽고 나면 놀라운 내용으로 항상 감탄하게 되지만, 공통적으로 드는 생각은...
찝찝합니다...마자...찝찝해...
이토준지가 영향을 받은 작가와 현재 활동
나무위키에 보면, 이토준지의 공포 세계관 러브크래프트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도대체 러브크래프트는 누구인가?
본명은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이며, 미국의 소설가이자, 시인, 편집자로서 미국의 호러/위어드 픽션 소설가이자 크툴루 신화의 창조자이다라고 나옵니다.
*크툴루 신화 - 크툴루 신화의 대략적인 세계관은 인류 출현 이전의 지구에 살았던 인간의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기괴한 외계 종족들과 초월적 존재들에 대한 공포를 묘사하는 데 근거하고 있으며, 까마득한 과거의 지구에서 공포와 광기로 지배했던 고대 악신들의 신화라고 한다. 크툴루 신화에서 인간은 신의 관심을 받는 존재가 아닌, 보잘것없는 일개 종족으로서 거대한 우주의 신비와 공포스러운 비밀들, 이해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존재들에게 압도당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곤 한다.
이 미지에 대한 공포를 바탕으로, 나아가서는 미지의 고대 문명과 외계의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가 곧 크툴루 신화의 골자라 할 수 있다.
러브크래프트는 현대 호러 문학, 더 나아가 서브컬처 전반에 대단한 영향을 끼친 작가로서, 기실 당대에나 후대에나 '문학적으로는'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특유의 터무니없이 장대하고 음산하면서도 아이러니한 매력으로 가득한 독특한 정서와 세계관을 통해 오늘날까지도 많은 열성팬들의 추앙을 한몸에 받는 이른바 크툴루 신화의 초석을 세운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비록 인종차별주의자로서 사람들에게 알려지긴 했지만, 러브크래프트는 그때까지 없었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작가입니다.
다시 돌아와서, 이토 준지는 이런 러브크래프트의 세계관과 크툴루 신화사상의 열렬한 팬이라고 본인 스스로 이야기 하죠.
저도 개인적으로 가장 무서워하는 장르의 공포가 오컬트영화라서 그런지, 알 수 없는 미지의 공포를 그려낸 크툴루 신화를 좋아하는가 봅니다. 역시 끼리끼리..
사실, 제가 대학생 때만 해도 이토준지를 한국에서 그리 유명한 작가는 아니었습니다.
그 때 한창 인기있었던 만화가 슬램덩크, 원피스, 드래곤볼, 베르세르크...등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날부터인가 이토준지의 만화가 인싸들, 혹은 K-POP스타들의 입에 오르내리더군요. 그러다보니 어느샌가 사람들이 많이 알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우리나라 유명 웹툰작가들이 그의 이름을 언급하면서, 더욱 유명세를 탔죠.
2024년 6월 현재, 이토준지 호러하우스 전시회가 열리고 있네요.
장소 LC타워
작가 이토 준지
코즈믹 호러를 좋아하시면, 그리고 시간적 여유가 있으시면 이토준지의 작화를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니 반드시 취미가 맞는 친구분들과 다녀오시길 바래요. 자녀들과 가기에는 부적절...-_-;;; 아이들의 정신세계는 지켜주자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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