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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일상

놀랄 노, 요즘 아이들의 깜짝 놀랄 만한 문해력 "심심한 사과"

by 여름그림 2024.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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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 문제의 발단 "심심한 사과"

 

"심심한 사과"가 쏘아 올린 요즘 아이들의 문해력이 논란이 되고 있어요. 금일, 명일, 작일 등과 같은 어려운 한자어와 사흘 같은 단어를 통해 디지털 세대의 문해력에 대해 이야기해볼게요.

 

 

바야흐로 방년 15세.

중학교 2학년 한창 질풍노도의 시기를 걷고 있는 우리 아들이 제가 질문을 했을 때, 가장 잘하는 대답이 있어요.

그.게.뭐.죠.먹.는.건.가.요?

(이해하기 쉽게 음계로 레.파.레.파.레.파.파.레.솔?)

아주 스.타.카.토.로 딱딱 끊어서 야무지게 말이죠.

 

물론, 대답하기 싫다는, 혹은 모른다는 말을 아주 애교있게(?) 에둘러 하는 표현이긴 한데요.

비단(부정하는  앞에서 다만’, ‘오직 뜻으로 쓰이는 ), 어제 오늘 일이 아닌 요즘 아이들의 깜짝놀랄 문해력은 몇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 되어온 문제이긴 합니다.

한 2년전 쯤, 뉴스에 커다랗게 무례한 사과문이라는 사진이 떡하니 올라왔었지요.

 

 

심심한 사과에 대한 문해력 논란 유투브 캡쳐이미지
심심한 사과에 대한 문해력 논란 /JTBC뉴스

 

사건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한 유명 작가의 사인회를 개최한 한 컨텐츠전문 카페에서 작가의 사인회 예약시간이 시스템오류로 혼동이 있었고, 그걸 처리하는 과정에서 예약이 매끄럽지 못하게 완료되었다는 안내문을 공지사항에 올리면서 사용된 "심심한 사과"라는 단어가 발단이 되었습니다.

예약시스템 문제로 예약하지 못한 고객들이 가뜩이나 화가 난 상태에서 이 "심심한 사과"라는 단어에 분노하며, 하나도 안 심심하다고 댓글을 단 시점부터 문해력 논란이 불붙었는데요. 당연히 이 '심심한' 이라는 뜻을 말그대로 심심하게 받아들이면서 매우 무례한 사과가 되어버렸습니다.

 

심심한 사과에 대한 무한도전 방송캡쳐
무한도전 방송중에서
나무위키- 심심하다의 사전적의미
심심하다의 사전적의미

 

 

물론, 우리나라는 한자 문화의 영향권이라 단어 자체가 한자어로 조합된 언어가 많고, 같은 단어 속,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동음이의어가 많기 때문에 심심하다라는 의미도 여러가지로 쓰입니다.

1)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다

2) 음식의 간이 싱겁다.

3) 마음의 표현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

 

솔직히 이런 단어들은 일상생활에서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입니다. 주로 책 속에서 볼 수 있는 단어이지요.

아이들이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는 주로 1)번의 의미로만 많이 사용되지요. 하지만 디지털기기가 발달되지 않았던 부모세대에서는 어른들과의 대화에서, 문학작품 속에서 문학적으로 쓰이는 단어들과 그 의미를 접할 기회가 있었지만, 디지털세대로 불리는 지금 세대 아이들에게는 문학적인 문체 자체가 생소하고 그런단어를 쓰는 것 자체를 옛날사람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단어를 줄인 신조어를 쓰고, 외래어를 쓰기도 하지만, 어른들이 쓰는 단어는 일부러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죠. 하지만, 신구세대의 이런 충돌은 현시대에만 있어왔던 것은 아니에요.

소크라테스가 살던 시대에서도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 라는 석판이 발견되었다잖아요.

 

 

 

문해력의 부제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의 예

 

비슷하게 이슈화 된 단어들 중에서 이슈화 된 단어가 있는데요.

바로 봇물터지다입니다.

* 봇물터지다 : (일이나 감정의) 상태가 급격히 활성화되다.

 

네이트판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랭킹을 기록했네요.

 

네이트판캡쳐 봇물터지다
네이트판 캡쳐-봇물터지다

 

네이트판 캡쳐-봇물터지다
네이트판 캡쳐-봇물터지다

 

 

 

 

봇물터지다는  보에 괸 물이 터지다. 엄청난 기세로 몰아치는 형상을 뜻하는 말로써, 

위의 사례처럼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람이 실제로도 존재한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ㄷㄷ

 

 

 

문해력 부제로 인해 세대간의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

 

이밖에도,

작일/금일/명일 = 어제/오늘/내일

사흘/나흘 = 3일/4일

불콰하다 = 얼굴빛이 술기운을 띠거나 혈기가 좋아 불그레하다.

 

 

등이 있고, 가장 최근에 이슈화 된 단어들로 학교에서 학생들이 '사생대회'의 뜻을 몰라 선생님들께 "선생님, 사생대회가 뭐에요? 죽기살기 대회에요?" 라고 질문을 한 사례도 있다고 하죠.

사생대회란?  풍경이나 실물을 대상으로 하여 그림을 그려 그 실력을 겨루는 대회입니다.

코로나를 기점으로 집단으로 모이는 문화가 없어지면서 사생대회도 없어졌지만,그전까지만 해도 봄이나 가을에 미술 사생대회가 많았었죠. 그래서 5월과 10월쯤이면 공원 등에서 스케치북 펴놓고 그림그리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말이에요.

이외에도, 아래와 같은 예가 있어요.

 

“조짐이 보인다구요? 누굴 조진다는 건데요”
“유선상으로 연락하라구요? 유선상씨가 누군데요”

 

*조짐이 보이다 : 좋거나 나쁜 일이 생길 기미나 현상이 보인다. 

* 유선상으로 연락하다 : 전선에 의한 통신 방식의 측면으로, 일반적으로 전화상으로 연락하라는 의미.

 
초등학생이냐구요. 아니요, 중고생이야기입니다. 중·고등학생들의 문해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음이 바로 우리 아들만 보아도 알 수 있어요. 고등학교 2학년생들의 국어 과목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4년 만에 배 이상 뛰었고, ‘보통학력 이상’으로 분류됐던 학생 비율도 급격히 떨어지는 추세입니다.

일선에서 학교 선생님들이 가장 먼저 이런 질문을 하는 아이들을 만나면서 얼마나 힘드실까요.

 

그러던 와중에 이번에 또 너덜트 "0명 모집" 사건이 터졌네요.

 

유튜브 채널 너덜트에 게시된 채용 공고글./너덜트 유튜브 채널 갈무리
유튜브 채널 너덜트에 게시된 채용 공고글./너덜트 유튜브 채널 갈무리

 

유명 유튜버 너덜트에서 함께 일할배우 모집을 하면서 모집인원을 0명으로 게시한 것이 발단이 되었어요.

게시물에는 한 자릿수 인원을 선발하겠다는 의미로 ‘모집 인원: 0명’이라는 표현이 사용됐는데, 이를 이해하지 못한 네티즌이 “왜 0명 뽑는다고 하냐. 낚시글이냐” 등의 댓글을 달아서 빈축을 샀다고 하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0명이 그 0명인 줄 아는 바보들은 뭐냐”, “요즘엔 무식한 게 더 당당한 시대가 와버렸다” 등 반응의 댓글부터 “이제 막 대학 생활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0명의 의미를 모를 수 있다”, “모를 수는 있지만 모른다고 욕부터 하는 것도 문제”, “구체적으로 몇 명 뽑을지 계획도 없는 회사 같다” 등 반박이 나오면서 논쟁에 불이 붙었다고 해요. 해당 안내문은 이날 오전 기준 좋아요 8100개가 달릴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고 하니 웃지 못할 현 시대의 자화상이네요.허허.

 

 

 

 

 

현 시대의 문제점과 해결책

 

위 사례들을 보면, 알고 모르고를 떠나, 현 시대의 문제점들이 보입니다.

모를 수도 있어요. 모르면 배우면 됩니다. 모르는 게 부끄러운 것은 아니지요. 문제는 요즘에는 내가 모르고 있었던 사실을 새롭게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르는 사실을 알려주는 사람들을 멸시하는 사회 풍조입니다. 

세상이 변하면서 모르는 단어를 예전에는 책으로 찾아서 공부했고, 부모님세대는 인터넷 녹색창에 검색했어요. 지금세대 아이들은 유튜브를 열어 모르는 단어를 검색한다고 하죠. 그만큼 세상이 변했습니다. 온라인으로 거의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하지만 어차피 이 세상은 혼자 살아갈 수는 없지요.

온라인이 아닌 직접 사람들을 만나고 부딪혀야 하는 상황에서 내가 모르는 것을 배우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인간애를 가지고 남을 이해하려는 개개인의 노력, 그것부터 시작해요.

그리고 아들, 너도 책 좀 읽자. 이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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