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본의 아티스트 쿠사마 야요이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쿠사마 야요이(Kusama Yayoi)는 일본의 현대 미술가로, 독특한 스타일과 개성 있는 작품들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주로 설치 미술, 조각, 회화, 퍼포먼스 아트 등을 포함하며, 특히 반복적이고 환각적인 패턴, 물방울 무늬, 그리고 거대한 설치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그녀의 호박 작품을 보면서 맨 처음 드는 생각이 '아...징그러워...' 였습니다.
환공포증(이토준지 만화를 보면서 환공포증이 생겼다고 말씀드렸죠.)이 생길 만큼 노란 호박을 둘러싸고 있는 촘촘한 동그라미들. 크기도 제각각, 떼어내 버리고 싶을 정도로 온통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그 녀석들을 일평생 나의 시각에서 보고 살아야 한다면 차라리 미쳐버리고 싶지 않을까요. 그런 감정들을 이겨내고 예술로 승화한 작가가 바로 여기, 우리와 함께 숨쉬고 있어요.
쿠사마 야요이. 그녀의 이야기입니다.
그녀의 생애
쿠사마 야요이는 1929년 3월 22일 일본 나가노 현에서 태어났습니다. 부유한 가정의 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자란 쿠사마는 2024년 현재 95세의 일본 여성 아티스트입니다.
쿠사마는 어렸을 때부터 군수 공장에서 낙하산 재봉일을 하는 등 늘 전쟁 속에서 보냈습니다. 그로 인해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그것을 질병이라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어머니는 교육이 부족한 탓이라 여기며 욕을 퍼붓거나 매질하면서 굶긴 채로 호박이 쌓여있는 창고에 가두곤 했습니다. 거기에 더해 아버지마저 집을 나가면서 어린 쿠사마는 강박증에 시달리게 됩니다. 쿠사마는 불안할 때마다 어머니 초상화를 그리고 얼굴에 잔뜩 점을 그려 넣었어요.
어느날 쿠사마는 집안의 빨간 꽃무늬 식탁보를 본 뒤, 눈에 남은 잔상이 온 집안에 보이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그것은 둥근 물방울 무늬로 변형되어 그녀가 평생에 걸쳐 작업하게 되는 미술의 중요한 소재가 됩니다. 어린 쿠사마의 집은 야채와 꽃 도매업을 하는 집안이었기에, 그녀는 농장에 있는 꽃과 호박을 자주 그렸습니다. 그러다 꽃이 말을 걸어 오고, 똑같이 생긴 수천 대의 꽃들이 자신을 사라지게 만드는 무서우면서 황홀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고 해요. 그녀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환각과 강박적인 생각들은 그녀의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점과 반복되는 패턴에 대한 집착을 그리고 발전시켰습니다.
교토예술대학을 졸업하고 화가가 되고 싶었으나 어머니가 안정적인 결혼을 강요하며 그림을 모조리 빼앗아 버렸고, 그녀는 일본의 암담한 현실에서 벗어나려고 애썼어요. 서점에서 우연히 본 미국의 유명 여류화가 ‘조지아 오키프’ 화보의 작품에 반해 1957년 오키프의 추천서로 드디어 미국 유학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
1957년의 어느 날, 쿠사마는 뉴욕으로 이주하여 본격적인 예술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뉴욕은 추상표현주의와 팝아트가 중심이었던 시기로, 그녀는 이 곳에서 앤디 워홀, 클레스 올덴버그, 도널드 저드 등과 교류하며 예술적 영향을 주고받았습니다. 그녀는 뉴욕에서 여러 퍼포먼스와 설치미술을 선보이며 아방가르드 예술가로 활동했습니다만, 그 당시 미술계는 유색인종이며, 여자인 그녀에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어요.
그녀는 현재까지 지속해오는 작업의 모티브인 유기적으로 연결된 망(Net)과 물방울 무늬 등의 작품 250여 점을 발표하며 미술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습니다. 전위적 퍼포먼스와 해프닝, 회화, 조각 등을 선보이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지만 백인 남성 위주 미국 미술계의 주류에 들어갈 수 없었고, 갈수록 정신병이 심해져 먹지 않고 자지도 않는 날이 셀 수 없이 많았다고 해요. 환각이 사라질 때까지 밤새도록 물방울무늬를 찍다가 쓰러져 여러 번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다고 합니다. 1973년 일본으로 돌아가 거울을 소재로 하는 작업, 물방울 무늬, 그물 형태의 문양이 반복되는 네트 시리즈 등을 확장시켜 다양한 작품을 발표했고 병세가 점점 심해지자 1977년 도쿄의 세이와 병원에 자발적으로 입원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그녀는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 세계를 더욱 심화시켰습니다.
주요 작품과 전시
1. '무한 거울 방' 시리즈 (Infinity Mirror Rooms): 쿠사마의 '무한 거울 방' 시리즈는 거울로 둘러싸인 방 안에 다양한 오브제와 조명을 설치하여 관객들이 무한히 반사되는 공간 속에 들어가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 작품은 관객들에게 끝없이 반복되는 시각적 효과를 통해 무한의 개념을 체험하게 합니다.
2. '호박' 시리즈 (Pumpkin): 호박은 쿠사마의 작품에서 중요한 모티프 중 하나입니다. 그녀는 호박을 "우주를 상징하는 형태"로 보았으며, 이 모티프를 다양한 설치미술과 조각, 그림에 활용했습니다. 특히 나오시마 섬에 설치된 거대한 노란색 호박 조각은 매우 유명합니다.
3. '점의 세계' (Dots Obsession): 이 시리즈는 쿠사마의 대표적인 점무늬 패턴을 활용한 작품으로, 점으로 가득 찬 방 안에 설치된 다양한 오브제를 통해 관객들이 점과 하나가 되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4. '러브 포에버' (Love Forever): 이 시리즈는 쿠사마의 사랑과 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녀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의 고통과 기쁨, 그리고 사랑의 중요성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예술적 영향과 유산
쿠사마 야요이는 현대미술계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로, 그녀의 작품은 전 세계 여러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전시되고 있습니다. 그녀는 미니멀리즘, 팝아트, 아방가르드 등의 다양한 예술 운동에 영향을 미쳤으며, 그녀의 독창적인 스타일은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1. 정신적 고통과 예술: 쿠사마의 예술은 그녀의 정신적 고통과 깊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환각과 강박적인 생각을 예술로 승화시켜, 이를 통해 치유와 자기 표현을 이루어냈습니다.
2. 사회적 메시지: 쿠사마의 작품은 단순한 시각적 즐거움을 넘어, 사랑, 평화, 인류애 등의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녀는 예술을 통해 인간의 고통과 기쁨을 표현하며, 이를 통해 관객들과 소통하고자 했습니다.
3. 지속적인 영향력: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은 현대미술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으며, 그녀의 예술적 유산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쿠사마 야요이는 독창적인 예술 세계와 강렬한 시각적 표현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예술가로 자리매김하였으며, 그녀의 작품은 현대미술의 중요한 부분으로 남아 있습니다.
2023 루이비통 x 쿠사마 야요이’ 콜렉션
쿠사마는 ‘파격적’, ‘공격적’, ‘도발적’, ‘강박적’ 경계를 허무는 작가로 자주 묘사되는데요. 아무래도 과감한 색감과 끝없이 반복되는 망과 물방울 무늬 패턴 때문이 아닐까요. 백인 중심의 미국 미술시장에서 살아남은 아시아 여성 작가로서, 그녀에게 가장 어울리는 수식어 같아요.
그녀는 미술계, 영화계, 패션계 등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다양한 예술 활동을 선보이며 대중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오죽하면 명품 브랜드가 사랑한 최고의 아티스트로 꼽힐 정도일까요.
대표적으로 세계적인 명품브랜드인 루이비통과의 콜라보레이션, 아우디 설립 100주년 기념 콜라보레이션, 코스메틱브랜드 랑콤과의 콜라보레이션, 그 외 마크 제이콥스, 코카콜라, 뵈브 클리코 등 다채로운 콜라보레이션으로, 그녀는 명실상부 현 시대 명품 브랜드가 가장 사랑하는 최고의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물방울 무늬, 반복적 패턴을 활용한 콜라보 제품들은 대중들에게 깊은 각인을 심어줌과 동시에 그녀의 디자인을 친숙한 이미지로 자리잡게 만들었고, ‘현존하는 최고의 예술가와의 협업’이라는 수식어로 해당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며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보여주었기 때문이겠죠.
2023년 가장 최근에는 럭셔리 패션브랜드 루이비통이 10년 만에 두 번째로 쿠사마 야요이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여성과 남성 핸드백, 액세서리, 의류 등의 콜라보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이번 콜라보레이션에서는 쿠사마의 물방울 무늬를 모든 제품에 다양하게 적용하여 루이비통의 클래식 제품들을 과감하게 재해석했다고 평가되고 있는데요. 루이비통은 쿠사마 야요이와의 두 번째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이는 대대적인 이벤트를 전세계 유명 백화점들과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개최하고 있으며, 90세가 넘은 나이에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나의 인생은 수 천개의 다른 점들 속에서 길을 잃은 하나의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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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고통, 불안, 두려움과 싸워야 했고 내 병을 치료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미술 창작이었다. 난 미술의 끝자락을 따라갔고 어떻게든 내가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발견했다.
- 쿠사마 야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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